수색역(관람 후 감독과의 대화)
- - 상영기간
- 2017-04-07 ~ 2017-04-07
- - 관람료
- 4,000원
- - 관람정원
- 97명
- - 장르
- 드라마
- - 상영등급
- 18세 관람가
- - 상영시간
- 1회차 상영시간 : 19:30
- - 상영장소
- 미디어홀
수색역 Su saek , 2014
드라마, 액션 한국 112분 2016.03.31 개봉 [국내]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최승연 출연 맹세창(윤석), 공명(상우), 이태환(원선)
90년대 후반, 쓰레기매립지가 위치했던 수색이 들썩거린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수색동은 가난한 동네였다.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가 바로 옆에 있었고, 매일 같이 지나가는 쓰레기차들로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자연스럽게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게 된다. 정부는 서울에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해야 했고, 값싸고 넓은 난지도 주변의 땅을 주목했다. 돈 많은 재개발 관련 업자들도 수색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색에는 어린 시절부터 사이좋게 지내던 네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이들 중 한 친구도 재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가난한 동네였지만 평범하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던 친구들의 우정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표현에 익숙하지 못 한 청춘들의 감정이 폭발한다!
영화 <수색역>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영화감독 최승연
[무비스트=최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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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최승연 감독(이하 최): 처음 <수색역>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완성했을 때 언제 영화를 개봉하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독립영화는 영화제를 통해 선보이는 게 관례처럼 돼 있는데 <수색역>은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작년에 영진위에서 개봉지원을 받았다. 지금은 개봉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 언론 시사회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대중들이 <수색역>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다니면서 영화를 만드는 게 괴롭게 느껴진 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학교에 갔을 텐데.
최: 맞다. 처음에는 개인의 즐거움에서 출발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즐겁고 재밌었다. 그런데 프로의 세계에 들어가려 하니 영화는 관객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개인의 예술에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 학교 다니면서는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나보다 영화를 잘 찍는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영화를 정말 못 찍는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관객을 배려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건가.
최: 일단 나부터가 만족하기 힘들었다는 거다. 나는 내 영화를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정말 만 원어치 이상의 즐거움을 줘야 했다. 내가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서 학생 때는 참 괴로웠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과정이 도움이 됐다.
어떤 식으로?
최: 내가 왜 영화를 하는지,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말로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영화를 만든다고 결론지었나?
최: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수색역>처럼 사회 속에서 쉽게 발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영화를 하는 게 다시 즐거워졌다. 시사회를 통해 <수색역>을 보여주는 과정이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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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최: 소수자의 이야기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 주변이나 옆 집에 살 것 같은 사람들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가 훨씬 더 재밌으니까.
듣고 보니 때로는 소수자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듣기 힘든 것 같다. 평범하다 보니 스쳐 지나가기 쉽다. 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화로서 투자 받기 힘들 것 같다. 다시 말해, 당신이 원하는 소재의 영화는 상업영화 진입에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거다.
최: 난 이제 상업영화 만들고 싶다(웃음). 그런데 결국에는 이야기가 관객에게 얼마나 먹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지금은 영화제작 과정이 시스템화 되어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구분이 있을 수 있지만 상업영화의 성격을 규정짓는 질문은 시기에 따라 항상 달라져 왔다. 만일 <수색역>과 같은 영화가 관객에게 먹히면 또 다시 그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감독들이 영화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린 셈이다.
최: 그런 것 같다. 난 한 번도 내가 독립영화를 만들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수색역>도 만들다 보니 독립영화가 된 거다. 사실 난 신인 감독으로서 투자 받기 나쁜 조건도 아닌데도 투자 받기가 정말 힘든 일이더라(웃음). 그래서 결국 독립영화의 규모로 넘어온 거다. 그런데 <베테랑> 같은 영화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상업영화로 먹힌 것일 뿐이다. 난 <베테랑> 같은 영화도 <똥파리> 같은 영화도 모두 좋아한다.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를 목표로 만들다 보면 분명 자기 색깔을 갖지 못할 것 같다. 사회에서 발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꼭 독립영화일 필요는 없다. 어떻게 보면 <사도>도 왕과 자식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지 않나.
당신이 신인감독으로서 투자 받기 나쁜 조건이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인가.
최: 대학교 1~2학년 때 교수님들이나 감독님들이 학교에 와서 감독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시나리오 하나, 정말 좋은 단편 하나, 그리고 연출부 경험과 좋은 학력은 플러스가 된다고 했다. 내가 투자 받기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말한 건 그런 부분을 말한 거다. 아무것도 없는데 감독이 될 수는 없지 않나. 좋은 시나리오가 있는 사람도 있고,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있을 수도 있고, 연출부 경험이 10년 넘게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내가 다른 감독들보다는 영화판에 진입하기 좋은 위치였다는 걸 말한 거지 절대로 내가 우수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기사로 나갈지 걱정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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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가? 교수나 선배가 배우로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나.
이진성(이하 이): 모든 선배들이 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10년을 버티면 된다고 했다. 10년만 버티면 어차피 떨어질 사람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경험도 차고 적기가 오면 그때쯤 기회가 꼭 올 거라고 말해 줬다.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버텨라! 굉장히 힘든 이야기이기도 하다. 난 지금 5년 째 버티고 있으니 아직 5년 더 남은 거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 번 더 겪어야 되는 셈이다.
이: 맞다. <수색역>을 한 번 더 찍어야 되는 거다(웃음).
차기작은 조금 더 큰 규모의 영화를 욕심 낼 법도 한데.
이: 그렇게 된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겠지만 최민식 선배님도 한 작품이 끝나면 모든 걸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작품의 규모에 부담감은 갖지 않는다.
버텨온 5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이: 다른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즐거웠다. 물론 고통스러운 면도 있고 왜 나는 안 되는 건지, 생각이 많아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가 일단 연기를 할 수 있는 독립영화 출연 기회가 많이 있었다. 좋은 작품도 꽤 많이 들어왔고. 그리고 그때마다 연출님들이 나를 많이 예뻐해 줬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는 재능 있는 학생이 아니었는데 졸업하고 재능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웃음).
버티는 기간 동안 연기를 포기한 친구들도 있을 텐데.
이: 있지.
그 친구들과 달리 당신이 그런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을 즐겼기 때문이라고 봐도 되겠나.
이: 그렇다. 다른 친구들은 작품하는 걸 하나의 커리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독립영화는 커리어로 잘 쳐주지 않는다. 보통은 상업영화 단역을 몇 번 했는지, 드라마 단역을 얼마만큼 많이 했는지를 경력으로 친다. 그런데 나는 독립영화를 해도 주연을 시켜주니 소소하게 즐거웠다. 연기가 즐거웠기 때문에 많지 않은 출연료를 받고 생활하는데도 재밌었다. 재밌는 추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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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첫 인상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최: 진성이가 들어오기 전에 괴로운 오디션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진성이가 군복을 입고 들어온 거다(웃음). 뭐지? 싶었다. 그런데 연기를 굉장히 훌륭하게 하더라. 기억에 확실히 남았다. 다음 번에 지인이 오디션 보러 간다고 하면 군복을 입고 가라고 그럴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연기도 굉장히 잘했다. 재밌게 본 영화 속 장면을 연기한 데다가 아무도 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갔기 때문에 한 번 더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느낌은 굉장히 신선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연기를 정말 잘 한다! 라는 느낌이었고.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바로 오디션장으로 직행한 걸로 안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채 오디션에 임한 건 노림수 아닌가(웃음).
이: 정말 아니다.
최: 충분히 갈아입고 올 수 있었을 텐데(웃음).
이: 집에 가서 갈아 입고 오디션장에 가면 오디션을 볼 수 없을 만큼 지각하는 상황이었다. 오디션이 4시였는데 훈련을 마친 시간이 3시 반이었다.
단편 영화감인데? (웃음)
이: 차를 몰고 미친 듯이 달려 가서 정신 없이 오디션을 봤기 때문에 첫 인상 같은 게 없었다. 심지어 그때는 누가 감독님인지도 몰랐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웃음). <수색역>이 아니어도 되니 다음 작품에라도 불러 달라는 마음으로 갔다. 오디션도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유태정(하정우)이 전역하고 난 다음 신을 연기했기 때문에 전투복을 안 입어도 됐다. 보통 오디션에서 <용서받지 못한 자>를 선택하는 경우, 유태정이 허지훈(윤종빈)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난 남을 때리고 학대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장면을 선택했다. 어쨌든 첫 오디션에서는 누가 감독인지도 몰라서 첫인상이라고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사실상 두 번째 만남이 나에게는 첫인상인데 그때는 연출님이 배우를 굉장히 냉정하게 본다는 생각이 들더라. 본인이 감독이라며 질문을 던졌는데 급소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지난 번 연기가 좋았지만 나를 다시 부른 이유는 이번에도 연기를 잘 할 수 있는지 기복을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런데 계속 연기를 시키길래 뭔가 잘못됐다! 내가 기복이 심한 편이었나, 싶었는데 오디션에 붙었다(웃음). 그때 최승연 연출은 표정도 미동도 없는 포커페이스에 질문도 날카로웠다.
두 번째 오디션에서는 어떤 장면을 연기 했나.
이: 그때는 원선과 상우 역할로 대본을 리딩했다. 그리고 호영과 윤석은 살짝 읽어 보는 수준으로 연기했다. 그런데 그때도 호영과 윤석 역할이 나에게 더 어울린다는 감이 있었다.
왜 그렇게 이진성을 고생시켰나.
최: 이진성이 내가 그때 날카로웠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긴 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십 명의 사람을 오디션 보고 있으니 지쳐 있는 상태였거든. 그 중 한 명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진성이는 연기를 잘 했기 때문에 전혀 날카롭지 않았는데(웃음). 지쳐있어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 다른 배역을 계속해서 시킨 이유는 다른 역할을 할 배우들을 찾으려고 그런 거였다(웃음). 연기를 못하는 사람을 앉혀 놓고 원선과 상우를 연기하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연기 잘 하는 진성이를 앉혀 놓고 다른 사람들의 오디션을 본 거다. 진성이는 본인의 오디션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 이용 당한 거다.
이: 나는 정말 몰랐다. 하도 연기가 안 나와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최: 잘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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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진성을 호영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나이대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이진성은 사실 원상과 상우 중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좋을 연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이대가 다른 친구들보다 높았다. 하지만 진성이가 다른 배우들을 형으로서 이끌어 줄 수도 있고, 영화공부를 한 데다 단편과 단역이라도 상업영화 경험도 많아 캐스팅 했다.
최승연 감독의 말처럼 당신은 현장 경험이 많다. 그간 수많은 독립영화를 하면서 어떤 것들을 배웠나.
이: 단편만 40개 정도 한 것 같다. 1년에 10개 정도를 찍으려고 했다. 그리고 1년 12개월 중 2 개월 가량은 상업영화나 드라마를 했다. 졸업 전 교수님이 많은 연출을 만나라고 했다. 내가 학창 시절 많은 작품을 하지 않은 게 학교에서 빛을 보지 못한 이유라면서.
학교 다닐 때는 왜 작품을 많이 안 했나.
이: 학교 다닐 때는 연극과 뮤지컬 네 작품밖에 못 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무슨 기계가 물건 찍어내듯이 하고 있지만.
최: 학교 다닐 때는 4개밖에 안 했어?(웃음)
이: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이 편찮으셨다. 또 워크숍 당일에 꼭 일이 생겨서 어머니나 아버지 병간호을 해야 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당시에는 영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졸업할 때쯤 교수님이 영화를 생각해 보라고 해서 마음을 바꾼 거다.
원래는 뭘 하려고 했나.
이: 학점이 좋아서 교수나 연극배우를 하려고 했다. 왜냐면 연극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연출을 말하는 건가.
이: 그렇다. 연출도 가능하니까. 그런데 졸업하기 전에 하정우, 황정민, 조승우, 전도연, 김혜수를 발굴하고 매니저를 한 박성혜 교수님의 오디션 테크닉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왜 해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포기하냐고 했다. 그때 나는 영화배우를 하기에는 못 생기고, 키도 작고, 뚱뚱하지 않냐고 하니까,
잠깐 뚱뚱하다고?
이: 지금은 살을 많이 뺐는데 그때는 뚱뚱했다(웃음). 그런데 교수님이 나더러 조승우, 하정우, 지진희 선배의 느낌이 있다면서 도전해 보라고 했다.
독립영화에서 무엇을 배웠나.
이: 작품수를 많이 채우면서 선생님 말이 너무 이해가 됐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이 하나 둘 연결될 거라고 했다. 학점만 좋고 작품수는 적은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면서. 알고 있던 것들이 하나로 꿰어지면서 매 작품마다 연출님이 나를 좋게 봐 줬다. 그리고 매번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답은 내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연출가가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떤 연출가는 연기 디렉션을 뭉뚱그려 해 주기도 하고, 직접 연기 시험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연출가는 칼 같은 디렉션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면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최승연 감독이다. 복합적으로 유연하게 연출한다.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그런지 영화뿐 아니라 연극에도 관심을 가져서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연기도 엄청 잘한다. 현장에서 연기시범을 보여주면 배우들이 깜짝 놀란다. 어쨌든 연기에 대한 답은 연출이 가지고 있구나, 나는 많은 소재를 가지고 오면 되는 거구나, 깨달았다.
<수색역>에서는 무엇을 배웠나.
이: 겨울 촬영은 참 힘들다는 것! (웃음) 사실 장편 주연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전작 같은 경우 나와 여배우 둘이서만 끌고 가는 장면이 많았다면 <수색역>은 다른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 내가 실제로 다른 배우들과 친구처럼 지내야 하는지 고민했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형이라 다른 배우들이 혹시라도 나를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친해지기로 결심했었다. 예전에는 연기와 실생활을 분리했는데 <수색역>은 연기와 실생활이 혼재돼 작품에 묻어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배우들끼리 엄청 친했다.
친한 게 연기에서 묻어난다. 아니면 연기를 엄청 잘 한 거든지. 방금도 인터뷰를 먼저 마친 맹세창이 당신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보고 가겠다고 말하는 걸 엿들었다(웃음).
이: 엄청 친하다.
감독을 ‘연출’이라 부르는 게 독특하다. 배우들은 보통 ‘감독’이라는 호칭을 더 많이 쓰는데 당신이 연기를 연극부터 시작해서 그런 건가.
이: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사실 ‘감독님’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잘 안 와 닿는다. ‘감독님’이라는 단어는 스포츠를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통용되는 단어지 않나. 그런데 ‘연출님’이라는 단어는 왠지 한 사람의 예술가 대 예술가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감독은 뭔가 사무적으로 만나는 느낌이 드는 거지. 최승연 ‘연출님’ 같은 경우는 평소 나를 너무 잘 대해줘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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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은 하정우, 조승우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는데 당신이 볼 때 이진성은 어떤 배우인가.
최: 사람들이 왜 이진성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지는 알 것 같다. 전형적으로 잘생긴 배우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의미일 거다. 사실 20~30대에 배우가 되는 것이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배우가 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어릴 때는 역할이 많지만 2~30대로 넘어오면 배역이 한정될 수 있다. 그래서 그 나이 대에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도 엄청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진성이가 하정우, 조승우를 닮았다는 이야기보다 또 한 명의 배우 ‘이진성’으로 불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양한 역을 소화할 수 있거든. 공명, 이태환, 맹세창 모두 마찬가지다. 나중에 진성이가 잘 돼서 도움도 받고 싶다.
이진성 캐스팅, 투자 확보! (웃음)
최: 그럼 좋지.
당신이 보기에 이진성은 배우로서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최: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난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건 참는 데 머리가 안 좋은 건 못 참는다.
머리가 안 좋은데 연기를 잘 할 수가 있나(웃음). 여하튼 말이 안 통한다는 의미인가.
최: 맞다. 얼굴은 잘 생겼는데 대화가 안 통하는 배우들도 있다. 그래서 오디션을 안 보고 바로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는 감독이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캐스팅 과정이 너무 힘들다. 이야기를 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말도 굉장히 골라서 편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진성이는 공부도 했고 이해도 굉장히 빠른 배우다. 사실 이진성이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당신이 오기 전 최승연 감독에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신도 혹시 연기를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
이: 힘들 때는 당연히 있었다. 연기가 내 마음대로 안 될 때가 특히 힘들다. 디렉션을 받았는데 그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인지 의심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디렉션에 대해서 유연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자신 있고 믿어왔던 부분이 깨지는 거다. 그럴 때는 재능이 문제가 돼 버리니 많이 힘들다. 연기 안 할 때 힘든 건 생계! 집안에서는 왜 내가 아직도 유명하지 않냐고 자주 묻는다(웃음). 나처럼 독립영화를 많이 하거나 단역을 하며 지내는 배우들은 아마 많이 느낄 거다. 왜 아직도 생계가 그러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 정도까지 했으면 이제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 친구들이 마치 모법답안처럼 넌 잘 될 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봐, 하는 것도 정말 고맙지만 사실 큰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그냥 연기를 언제 할 수 있을지만 바라보고 있다가 연기하는 순간 너무 즐거우니까 버티는 거다. (감독에게) <페인트> 이야기 해도 되나?
최: 해도 된다.
이: 형이 단편을 하나 하자고 했다.
<수색역> 끝나고?
최: 촬영한 지 얼마 안 됐다. 3~4개월 전?
이: 그때 정말 출연료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 너무 신났다.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거든(웃음).
저런, 종신 계약의 시작이다(웃음).
이: 형은 연출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나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되니 너무 신이 나서 이렇게 연기 하는 건 어떤지, 저렇게 연기 하는 건 어떤지, 계속 물어봤다. 형은 안색이 잿빛이 돼서 냉소적인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웃음).
<페인트>의 편집은 끝났나.
최: <수색역> 개봉 준비 때문에 아직 못 끝냈다. 지금 편집과 후반작업을 진행중이다.
어떤 내용인가.
최: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돈 없는 대학생이 막노동을 하러 갔다가 중계소 아저씨가 외벽 닦는 건 돈이 된다고 해서 자원하게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결국 외벽을 제대로 닦지 못하고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마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진지한 사회드라마지만 장르로 따지면 우스꽝스럽고 꾀죄죄하게 나오니 코미디에 가깝다.
이: 형에게 <페인트>를 직업 소개소를 전전하는 호영의 미래 모습으로 풀자고 제안했다(웃음). 외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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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캐릭터가 4명인데 그 속에서 호영이라는 캐릭터를 차별되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호영은 굉장히 무난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큰 특징이 있는 인물은 아니지 않나. 무난하고 흔한 얼굴의 캐릭터라 쉽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본을 보니 연출님이 이미 인물을 많이 만들어 놨더라. 디테일한 부분도 모두 시나리오에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호영이가 옷을 잘 입고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학생이라는 것과 싸움을 두 번째로 잘 하는 학생이라는 거였다.
2등이라… 애매한데? (웃음)
이: 정말 엄청 디테일하지 않나(웃음). 그래서 2등이라는 게 그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파고 들면서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호영이 표현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느껴지더라. 그래서 우선 다른 배우들과 친해져서 내 입지를 가장 윗선에 놓은 다음 내 자리를 태환이에게 넘겨주는 방향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냐하면 내가 배우 중 가장 나이가 많았거든. 그래서 배우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굉장히 했다. 인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로서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과의 호흡 속에서 호영이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유가 있어 보였으면 했다. 2인자이지 않나. 그런데 그런 부분은 뭐라고 꼬집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캐릭터와 내 자신을 믿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분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평범함을 연기하는 게 캐릭터 연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하다는 건 정말 존재하는 인물처럼 느껴진다는 말이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배우로서는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쩐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작품 속에서 어찌 됐든 튀고 싶을 수도 있지 않나.
이: 그런 욕심이 많이 없다. 작품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이 신에서 내가 돋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다양한 작품을 찍으면서 알게 됐다.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 따로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이: 일단 세 명의 친구들이 모두 독특하기 때문에 내가 호영이란 인물을 굳이 특별하게 신경 써서 연기하지 않아도 평범함이 묻어날 것 같았다. 일단 호영이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이 정상은 아니다. 윤석이가 평범하려면 호영과 함께 친구들을 떠나야 한다. 그 무리를 버티면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인물은 아니다. 서로 머리에다가 병을 깨고 그러는데 어떻게 참나. 그래서 나는 화가 나는 데서 화를 내고, 친구들을 피하고 싶은 데서 피하는 정도만 제대로 표현하더라도 관객 입장에서는 호영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수색역>의 대본을 받고 너무 잘 쓰여서 굉장히 놀랐다. 감독님이 직접 쓴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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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이 말한 것처럼 <수색역>의 친구들은 정상적이지는 않다. 자신들을 해치는 상우를 쉽게 떠나지 않지 않나.
최: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거다. 우리 생활을 예로 들면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당신의 다음 인터뷰 질문이 뭐가 될지 전혀 모르지 않나. 상우의 행동은 다른 친구들에게 그처럼 의도하지 않은 행동, 예측하지 못한 행동이었던 거다. 그래서 그를 조금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을 거다. 만일 친구들이 상우를 떠나버렸다면 영화를 만들 필요도 없었을 거고. 그런데 영화 속에서나 실제에서나 사람들은 모두 버리고 도망가고 싶고 만나기 싫은데도 사실 계속 그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는 <수색역>의 인물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더라. 가끔 어떤 영화들은 인물들이 너무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수색역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 좋았다. 그런데 이진성의 말을 듣고 보면 그게 어쩌면 시나리오의 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최: 어쩌면 내 시나리오가 조금 특이해서 그럴 거다. 내 시나리오에는 카메라 워킹이나 인물들의 감정이 모두 적혀 있다. 그래서 일반 시나리오보다 조금 길다. 사실 시나리오는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가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시나리오를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단계로 생각해서 최대한 배우들이 보기 편하게 쓰다 보니 배우들이 더 재밌게 느끼는 것 같다.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가면 말 그대로 배우 연기 보고서가 되는 거고 촬영감독에게 가면 촬영 콘셉트 보고서가 되는 거지 않나.
이: 물론 연출님이 말한 부분도 동의를 하지만 내가 <수색역>이 잘 쓰였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조금 다른 부분이다. 조금 학구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 연극, 희곡이 사실주의로 넘어오면서 인물에 대한 목표가 조금 더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다. 웰메이드 하다고 보통 말하는데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관객들이 계속 생각하도록 만드는 거다. <수색역>도 마찬가지다. 작은 인물들도 목표가 뚜렷하니까. 결국 관심의 부재가 <수색역>의 친구들을 그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소외 받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 같다.
중간 타이틀이 갑자기 나오는 장면은 조금 투박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최: 후반 작업하면서 생긴 부분이다. 공명이 연기를 너무 잘 했다. 대부분 내부시사 때 모니터링을 하면 저 배우 누구야? 연기 잘한다,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데 공명 같은 경우는 정말 나쁜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걱정 됐다. 상우는 어린 아이인데 영화에서 악한 정도가 너무 심한 것처럼 보이니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싶었다. 그런데 너무 진지하게 접근한다기보다는 상우가 미안해하고 있다는 정도만 전달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 타이틀을 조금 재치 있게 넣은 건데 거슬린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식으로 장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뜬금없이 장을 나누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디자인이 안 된 자막을 툭 넣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페이지 인 아웃도 없이 말이다.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한다. 감독만의 인장 같기도 하고. 나레이션 같은 경우도 과일 바구니를 사온 상우가 정말 미안하다는 걸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넣은 거다.
자동차 창문으로 원선이 상우를 들여다 보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차 위에 눈을 입힌 모습이 조금 디테일이 떨어져 아쉽기는 하지만 나에게 <수색역>을 한 장면으로 설명하라면 그 장면을 꼽을 것 같다.
최: 나도 그런 디테일이 안타깝다. 하지만 여건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디테일이 안 살아서 편집에서 자른 장면이 많다. 그런데 <킬러들의 도시>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가장 친한 동료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었는데 동료가 눈치 채지 못하게 뒤에서 총을 들고 다가가는데 앞을 보고 있던 친구가 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걸 보게 된다. 그러자 주인공이 오히려 친구의 총을 낚아채며 뭐 하는 거냐고 막는 장면이 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 <수색역>에 녹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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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이: 연출님이 말한 것과 비슷하다. 내 장점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잘 연기하는 것이다. 사실 내 입으로 그런 연기가 장점이라고 말하기가 불안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평범해 보이는 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 면을 알아봐 준 게 사실 굉장히 고맙다. 또 한 가지는 연출님들에게 어딘가 위장돼 있는 모습이 장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위장돼 있는 모습이라니?
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같은 경우는 감독님이 평소에는 내가 웃는 상인데 운동을 오래해서 그런지 눈매에서 매서운 티가 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예리한 킬러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친절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뷰티 인사이드> 같은 경우는 응급실의 까탈스럽고 날카로운 인턴으로 나온다. 스스로는 조금 어려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내가 불친절한 얼굴이라고 하더라(웃음).
본인 이미지에 대해 완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 (웃음)
이: 그럴 수 있다(웃음). 그런데 연출님들은 나를 볼 때마다 새로 뽑아 쓸 만한 게 있는 것 같다. 어떤 역할이든 주기만 하면 빨대 꽂고 쪽 빨아 먹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게 장점인 것 같다. 평범한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아직 유명한 배우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지만 배우는 연예인 이전에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많은 경우 배우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 수가 있는데 난 가장 보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부지런한 것 같다. 그렇게 꾸준히 친구들 만나는 것도 의지가 있어야 하는 건데.
이: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돈 벌어서 친구들 만나는 데 다 쓴다(웃음).
최근 가장 행복했던 일이 있다면?
최: 기자시사회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기뻤다. 배우들이 재미없다고 해서 걱정도 많았거든.
배우들은 <수색역>이 재미 없다고 했나.
최: 우리끼리는 서슴없이 이야기하니까. 재미 없는 걸 재밌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그리고 영화가 어두워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언론 시사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다음 영화는 조금 더 편안하게 찍을 수 있는 감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자 시사회 때 온 기자들, 그리고 지금 인터뷰 하러 와 준 기자들이 굉장히 고맙다. 일반 관객들의 응원의 메시지도 힘이 됐다. 어떤 분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수색역>에 관한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응원하더라. 그래서 한 2주 전쯤 너무 기뻤다.
이: 부모님의 태도가 바꼈을 때가 가장 기뻤다(웃음). 요즘에는 부모님이 나에 대한 기사도 나오고 그러니까 잘 해 주신다. 종전에 말했다시피 버티기 싸움이잖나. 배우마다 버티는 방법이 다르다. 난 엄마에게 만 원만, 만 원만, 하며 버텼다. 지금은 조금 더 액수가 커졌지만(웃음). 그런데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할 때 부모님의 표정과 말투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수색역> 이후 밥도 잘 주시고 최근에는 고기도 사 주시겠다고 하시더라. 예전에는 배우가 이렇게 못 생겨서 되겠냐며 살 빼라고 고추 세 개와 쌈장만 주신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고기도 주신다(웃음).
정말 <수색역>을 촬영할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다.
이: 3 ~ 4킬로밖에 안 뺐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차이가 많이 나는가 보다. 고등학생을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묵묵히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다리다 보면 부모님이 용돈을 쾌척해 줄 수 있는 날도 온다고! 물론 오래 가진 않겠지만(웃음).
마지막으로 연출 지망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 난 아직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개봉도 안 했는데 나처럼 될 수 있어요, 라는 말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웃음).
이: 나도 지망생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한 말이다! 나처럼 용돈 받을 수 있다는 소박한 말을 한 거다(웃음).
최: 좋아하는 대표님 중에 지금 힘들어 하는 대표님이 있다. <7번방의 선물>을 찍은 김민기 대표가 소송 때문에 힘들어 한다. 영화가 잘 됐는데도 돈 문제로 힘들어 하는 중인데 내가 영화를 포기하려 했을 대표님이 가장 많이 말한 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거였다. 연출이 아니라 영화제 기획실에 취직하려고 한 적도 있는데 그때 대표님가 잘 될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은 대표님이 힘드니 내가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표현해 힘을 보태드리고 싶다.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해줘서 고맙습니다.
2016년 4월 1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